Ethink세상을 윤리로 다시 생각하다

윤리로 읽는 뉴스1호2026. 10. 16.3건

국제법이 묻는 정의, AI를 멈출 권한, 죽음을 고를 권리

이번 호에는 전쟁범죄를 법정에 세운 법률가가 받은 노벨평화상, 스스로 움직이는 AI를 사람이 어떻게 통제할지 정한 기업 윤리 원칙, 여러 나라로 넓어지는 조력사망 논쟁을 골랐습니다.

인권과 평화

1국제 · 10월 9일 발표

노벨평화상, 전쟁범죄를 법정에 세운 법률가에게

수업에서 던질 질문

전쟁범죄를 처벌하는 일은 평화를 앞당기는가, 화해를 어렵게 하는가?

다룰 때 주의할 점

수상 발표 직후 이스라엘 외무부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가자지구 집단학살 여부를 공식 판단할 권한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있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특정 국가를 단죄하는 수업이 되지 않도록 국제 정의의 절차와 한계에 초점을 맞춥니다.

교과 연계
통합사회2 · 국제 사회와 평화통합사회2 · 인권 보장과 헌법
사상가 렌즈
갈퉁 ·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응보주의와 공리주의 형벌관
본문 펼치기본문 접기 약 4분
무슨 일이 있었나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월 9일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85)를 발표했습니다. 필라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국제 인권 법률가입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에 정치범을 변호했고, 남아공 최초의 비백인 여성 고등법원 판사가 되었습니다. 이후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유엔 인권최고대표(2008~2014)를 지냈습니다.

필라이는 지금 국제사법재판소 임시 재판관으로 미얀마 로힝야족 집단학살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필라이가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집단 학살을 기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 지도자의 책임을 묻고 폭력의 피해자에게 희망을 주었다고도 평가했습니다.

왜 윤리 문제인가

필라이가 이끈 유엔 조사위원회는 2025년 9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보고서를 전면 부인합니다. 수상 발표 직후 이스라엘 외무부는 “노벨위원회가 21세기 최대의 거짓말에 상을 수여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 수상을 정의의 실현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정치적 판단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학생에게 던질 물음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전쟁 범죄자를 처벌하면 평화가 오는가. 처벌하지 않으면 같은 범죄가 되풀이된다는 입장이 있고, 처벌을 앞세우면 협상과 화해가 어려워진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둘째, 국가 지도자도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하는가. 국가 주권과 보편적 인권이 부딪치는 문제입니다.

수업에서 쓰는 법

갈퉁의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 개념으로 사례를 분석합니다. 소극적 평화는 전쟁 같은 직접적 폭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적극적 평화는 차별과 억압 같은 구조적·문화적 폭력까지 사라진 상태입니다. 학살의 책임을 묻지 않고 맺은 휴전으로 적극적 평화에 이를 수 있는지 모둠별로 토론합니다.

구조적이고 적극적인 평화는 억압을 자유로, 착취를 평등으로 대체하는 데서 성립한다. 또한 강요 대신 대화를, 분리 대신 통합을, 분열 대신 결속을, 소외 대신 참여를 지향함으로써 사회 구조 자체를 평화롭게 재편하려는 상태를 의미한다.

갈퉁,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강종일 외 옮김, 들녘, 2000) · 『윤리 사상가로 읽는 통합사회』(길벗) 7장 「평화」 수록

수업 흐름

  1. 사례 읽기필라이의 수상 이유와 이스라엘의 반발을 함께 읽는다
  2. 개념 적용휴전만 이룬 상태를 갈퉁의 두 평화 개념에 대어 본다
  3. 모둠 토론처벌은 평화를 앞당기는가, 화해를 어렵게 하는가

소극적 평화

직접적 폭력이 없다

전쟁·학살이 멈춘 휴전

적극적 평화

직접적·구조적·문화적 폭력이 모두 없다

차별 해소, 책임 규명, 화해

형벌의 정당성까지 다루려면 응보주의 형벌관과 공리주의 형벌관을 비교합니다. “국제 형사재판의 목적은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인가, 다음 학살을 막는 것인가”를 묻습니다. 두 입장이 같은 판결을 서로 다른 이유로 지지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습니다.

응보주의 · 칸트

공적 정의가 형벌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떤 종류의 형벌이며 또 어느 정도의 형벌인가? 그 기준은 다름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동등성, 곧 평등의 원리에 있다.

칸트, 『윤리 형이상학』(백종현 옮김, 아카넷, 2012) · 『윤리 사상가로 읽는 통합사회』 5장 「교정적 정의」 수록

공리주의 · 벤담

형벌은 언제나 하나의 해악이며, 그 자체로 악이다. 그러므로 공리의 원칙에 따르면, 형벌이 허용될 수 있다면 그것은 오직 더 큰 악을 방지하거나 제거하리라고 보장하는 한에서만 허용되어야 한다.

벤담, 『도덕과 입법의 원칙에 대한 서론』(강준호 옮김, 아카넷, 2013) · 『윤리 사상가로 읽는 통합사회』 5장 「교정적 정의」 수록

AI와 책임

2국내 · 10월 15일 발표

스스로 움직이는 AI, 멈추는 권한은 누가 쥐는가

수업에서 던질 질문

AI 에이전트에게 맡겨도 되는 일과 끝까지 사람이 결정해야 하는 일은 어디서 갈리는가?

다룰 때 주의할 점

기업이 스스로 정한 원칙입니다. 실제 서비스에서 어떻게 지켜지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원칙을 발표한 일과 원칙이 지켜지는 일을 구분해서 다룹니다.

교과 연계
윤리문제 탐구 ·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
사상가 렌즈
요나스 · 책임 윤리칸트 · 인간 존엄
본문 펼치기본문 접기 약 3분
무슨 일이 있었나

카카오는 10월 15일 새 AI 윤리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10월 13일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처음 공개한 내용입니다. 윤리 원칙 ‘스피릿(SPIRIT)’은 안전, 프라이버시, 포용, 책임, 이용자 주체성, 투명성과 신뢰성의 6개 원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행 체계 ‘노르마(NORMA)’는 조직 전체가 이 원칙을 함께 책임지고 실행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원칙은 AI 에이전트를 주로 다룹니다. AI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행동하는 AI입니다. 카카오는 에이전트의 위험을 통제 주도권, 목표, 권한, 참조 자원, 상호작용의 5개 영역으로 나누고, 인간 감독과 비상 제어 장치를 두었습니다. 원칙은 7월에 출범한 외부 자문단 7명과 사내 AI 세이프티·개인정보·보안 조직이 함께 만들었고, 8월에 제정된 ‘대한민국 AI 윤리 원칙’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왜 윤리 문제인가

챗봇이 틀린 답을 내면 사람이 그 답을 쓰지 않으면 됩니다. 에이전트는 다릅니다. 직접 결제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예약을 바꿉니다. AI가 판단하고 실행하는 사이에 사람이 끼어들 틈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AI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줄 것인가가 문제가 됩니다.

책임 소재도 문제입니다. 에이전트가 결제를 잘못했을 때 사용자, 개발사, 운영사 가운데 누가 책임지는지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카카오는 최종 통제권을 사람에게 남겨야 한다고 보고 비상 제어 장치를 두었습니다.

수업에서 쓰는 법

요나스의 책임 윤리로 사례를 분석합니다. 요나스는 기술의 힘이 커질수록 그 결과를 미리 내다보고 최악의 경우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길벗 교과서 두 종에 실린 요나스의 원문을 함께 읽고 시작합니다.

행위자는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비록 원인이 악행이 아니었다 해도, 그리고 결과가 예정되거나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저지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요나스 · 길벗 『고등학교 윤리문제 탐구』 「사상으로 보는 윤리문제: 과학 기술의 발전과 책임의 윤리」 수록

아직 존재하고 있지는 않지만 존재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세대의 권리에 관하여 우리는 응답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 때문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위를 할 때 우리는 그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요나스, 『책임의 원칙』 · 길벗 『고등학교 인문학과 윤리』 수록

칠판에 5개 위험 영역을 적고, 영역마다 “AI가 혼자 결정해도 되는 일”과 “반드시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일”을 모둠별로 나눠 봅니다. 아래 표의 예시 한 줄을 보여 주고 나머지 칸은 학생이 채웁니다.

활동지 예시 · AI 비서에게 무엇을 맡길까

위험 영역AI가 혼자 결정해도 되는 일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일
권한장바구니에 상품 담기결제 승인, 카드 등록
통제 주도권
목표
참조 자원
상호작용

첫 줄은 예시입니다. 모둠별로 채운 뒤 요나스의 원문에 비추어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일"을 고른 이유를 발표합니다.

생명과 존엄

3국내외 · 10월 9일 보도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한국의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수업에서 던질 질문

스스로 죽음을 앞당길 권리는 자기결정권에 포함되는가?

다룰 때 주의할 점

가족을 잃었거나 자살 문제와 가까운 학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력사망은 말기 환자의 의료적 결정을 둘러싼 논쟁이며 자살과 다른 문제라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개인 경험을 말하게 하지 않고,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를 함께 안내합니다.

교과 연계
현대사회와 윤리 · 생명 윤리
사상가 렌즈
밀 · 자유론과 해악의 원리칸트 · 인간성의 정식공리주의
본문 펼치기본문 접기 약 4분
무슨 일이 있었나

프랑스는 올여름 불치병을 앓는 성인이 의료진의 약물 처방을 받아 죽음을 앞당길 수 있게 하는 법을 최종 통과시켰습니다. 미국 뉴욕주는 2월에 법안을 통과시켜 8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미국에서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지역은 14곳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는 2024년 안락사 허용 대상을 12세 미만 아동까지 넓혔고, 2025년 말 첫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한국은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까지만 허용합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50만 명을 넘었습니다. 국회에 조력존엄사 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본격적인 정책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왜 윤리 문제인가

미국 오리건주에서 조력사망을 요청한 환자 56명을 조사한 연구가 있습니다. 환자들이 꼽은 주된 이유는 지금의 통증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독립성을 잃고 삶의 질이 떨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죽음의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조력사망은 고통을 덜어 주는 문제이면서 자기결정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반대하는 쪽의 근거도 있습니다. 교황 레오 14세는 9월 27일 “인간이 만든 어떤 법도 존엄성을 잃도록 해선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허용 대상을 넓힌 뒤 빈곤과 돌봄 부족을 이유로 조력사망을 택한 사례가 보고되어 논란이 커졌습니다. 돌봄이 부족한 사회에서 내린 선택을 자유로운 선택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수업에서 쓰는 법

밀과 칸트의 입장을 비교합니다. 밀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에 관한 일은 개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칸트는 고통을 피하려고 자기 생명을 끊는 것은 자기 안의 인간성을 수단으로 대하는 일이라고 보았습니다. 두 사상가의 원문을 나란히 읽습니다.

밀

개인의 행위 가운데 사회가 정당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행위가 타인과 관련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순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영역에서는, 개인의 독립성은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몸과 정신에 대해 스스로 주권을 지닌 존재이다.

밀, 『자유론』 제1장 · 『윤리 사상가로 읽는 통합사회』(길벗) 4장 「사회 정의」 수록

칸트

만약 그가, 힘겨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그는 자신의 인격을, 생이 끝날 때까지 견딜 만한 상태로 보존하기 위한, 한낱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물건이 아니고, 그러니까 한낱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의 모든 행위에 있어 항상 목적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

칸트, 『윤리형이상학 정초』(백종현 옮김, 아카넷) IV429

학생들에게 오리건 연구 결과를 두 사상가의 관점으로 각각 해석하게 합니다. 이어 캐나다 사례를 보여 주고 “선택의 조건이 공정하지 않을 때도 자기결정을 존중해야 하는가”를 토론합니다.

수업 흐름

  1. 자료 읽기오리건 연구: 통증보다 독립성 상실과 통제 욕구가 주된 이유
  2. 두 관점 해석밀은 "자기 몸에 대한 주권", 칸트는 "인격을 수단으로 대하는 일"로 읽는다
  3. 조건 바꾸기캐나다 사례: 빈곤과 돌봄 부족 속의 선택도 자유로운가